22년 12월 31일 마지막 날.
회사 형님들이랑 올해의 마지막 뜨는 해를
갯바위에서 맞이하기로 합니다.
새벽 2시....
정갈하게 샤워를 마친 후
소중한 시간을 허해준 부인님 계시는 곳으로
삼배를 올리고 회사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작은 부릉이에 꾸역꾸역 4명이서 타고
낚시가방, 바칸, 아침밥에 간식까지 욱여넣고
저 멀리 거제 능포 양지암으로 출발합니다.
능포하면 나이스 낚시.
선장님 내외분 너무 친절하신 곳이죠.
다른 곳 가보면 알게 됩니다.
선장님 얼마나 친절하신 건지.
그래서 손님도 많습니다.
주말엔 새벽 4시 첫 배로 알고 있는데,
조사님들이 어찌나 많은지.
1시 반부터 운행해서 너무 피곤하다고
사모님이 투덜거리십니다.
5시 반 배를 타고 갯바위에 하선합니다.
양지암 부근은 부르는 이름이 다들 틀려서
정확한 하선 포인트를 알기 어렵습니다.
(사실 알지만 공개는 안 합니다. ㅋ이유는??)
어두운데 수심 맞추는 고수들은 정말 신기합니다.
하수인 저는 어슴프레 날이 밝아오면 준비합니다.
금방 수심이 잘 맞춰졌는지,
쏨뱅이랑 개볼락이 물고 올라옵니다.
뭔가 좋습니다.
바닥권에 놀고 있을 감성돔 얼굴만 보면 됩니다.
새벽에 바다에서 뜨는 해를 보는 것은
갯바위 출조의 소소한 감동이죠.
새해 첫해는 안 보러 가도
갯바위 낚시 가면 꼭 보는 뜨는 해.
반유동 1호로 채비하고
누군가 끊어먹은걸 줍줍 한
용왕님이 하사하신
쯔리겐 엑스퍼트를 던져봅니다.
어렴풋하게 보이는 수면...
밑밥에 뭔가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보일링 하지 않는 잔잔하지만 많은 반응...
전갱이나 고등어는 아닙니다. ( ㅡ_-)+
수면에 튀어 다닐 정도로 보일링 하거든요.
잔잔하게 반응하면 보통 숭어인데
이 정도로 많이 다니진 않죠.
그렇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나타나는 고고한 생선.
학꽁치였습니다.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러면 감성돔 잡는 거 Na가린데... ㅠㅠ
벵에처럼 밑밥으로 앞에 모아놓고 멀리 치면 되겠다...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깐 합니다.
물론 이내 행동으로 옮기죠.
아니나 다를까...
퐁당 소리만 듣고도 미친 듯이 몰려옵니다.
"아 C... X 됐다..."
누가 생선 대가리라 그랬습니까.
살짝 반등하는 시장에 반응하는 개미들처럼
카더라 통신에 올라 타는 코인러들처럼
칼같이 반응합니다.
2천5백 원짜리 빵가루 밑밥만 던져도 모이는데..
값 비싼 감성돔 밑밥을 던지려니 뭔가 맘이 아파...
이럴 땐 던지고 남은 밑밥은 주섬주섬 싸가서
다음번 출조 때 녹여서 써야죠 뭐.
얼른 학꽁치 바늘과 발포찌로 바꾸고 던져봅니다.
발 밑은 이미 물 반 학꽁치 반.
물 뜨려고 던지는 두레박에도 몰려듭니다.
진짜 미친 듯이 많네요.
일타일어.
매직급 사이에 간간히 팔뚝급이 올라옵니다.
형광등 사이즈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오늘은 뭐 이걸로 만족합니다.
더 크면 오라고 저만의 기준인
한 뼘(25cm) 안 되는 녀석들은 다 던집니다.
계속 잡을 수는 있지만 적당히 잡습니다.
이제 학꽁치도 귀한 녀석이 되어가고 있거든요.
수온이 한국보다 비교적 따뜻한 일본에선
찬물을 좋아하는 학꽁치가 흔한 생선은 아닙니다.
이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거진 전량 수출 합니다.
국내보다 돈벌이가 좋으니까요.
덕분에 횟집에선 보기 힘든 생선입니다.
그런데 이제 슬슬 학꽁치의 맛을 알았는지
중국에도 수출하기 시작해서
밤마다 쌍끌이 배들이 어군탐지기를 보고
학꽁치가 몰려있으면 싹쓸이를 해가고 있다네요.
먼저 처가에 방문해서 같이 먹을 요량으로
장인어른이랑 같이 다듬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더 맛있는 거 드신다고...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네요...
저도 소고기 좋아하....
아무리 봐도 횟거리가 좀 모자랄 것 같아서
튀김용으로 남겨놓은 애들까지 회 뜨기로 합니다.
등 푸른 생선은 대부분 껍질에서 비린내가 납니다.
껍질 벗기고 나면 뭐 비린내 하나도 안나죠.
학꽁치는 통째로 튀겨도 맛있지만 포를 떠서
따로따로 바싹 튀겨내면 이게 또 진짜 맛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니까 뭐 더 맛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음엔 살도 좀 많이 튀겨야겠네요.
내장 막이 끝나는 곳(동군영)을 기준으로
몸통 쪽은 뼈째 썰어서 어른용.
꼬리 쪽은 뼈가 없으니 어린이용.
그런데 썰어놓으니 안가리고 다 먹는 건... 뭐지?
대충 썰어도 이상하게 맛있는 장인어른 실력.
역시 요리는 내공이여.
그냥도 먹고. 초밥도 만들어 먹고
회비빔밥으로도 먹고.
그런데.. 사진 찍을 시간은 좀 주지 그래??
아빠가 다음에 더 많이 잡아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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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사족입니다.
"XX가 학꽁치 핫하다며??"
"□□□에 학꽁치 터졌단다."
잘 나온다는 조황글 보고 가보면 90% 꽝입니다.
커뮤니티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낚시 조황글이나
방파제나 테트라에 몰려있는 낚시꾼들을 보고
뻥치기나 쌍끌이 어선들이 싹 쓸어갑니다.
물론 일부 어선들이겠지요...
불법은 아닙니다. 그런데 상도도 아니죠.
쌍끌이는 치어까지 씨를 말리는 방법이고,
뻥치기는 생태까지 바꾸는 잔인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가격 비싼 금주꾸미
알배기 주꾸미 단속 1년만 하니까
그 다음해 차고 넘치게 잡혀서 가격 확 내려갔죠.
쌍끌이 뻥치기 못하는 지역은 조황 좋구요.
갯바위의 매력이 떨어진 건 아닌데,
갈수록 조과가 너무 떨어집니다.
낚시에 대한 애정도 떨어집니다.
덩달아 통장 잔고도 떨어집니다.
풍부한 어족자원,
즐거운 취미생활.
두 마리의 검은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2023년의 소소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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