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기저기(Leisure)/낚시

고등어 회

고등어.

 

동해, 남해권의 갯바위 조사님들한테는 이런 밉상이 없습니다.

밑밥 한주걱 던지면 퐁당 소리와 함께 우르르 몰려듭니다. 눈돌아간 고등어들은 크릴이든 옥수수든 그 어떤 미끼가 됐든 입에 넣고 봅니다. 너네 먹으라고 던지는 밑밥이 아닌데. 

 

그래도 물기만 물면 좌우로 쨌다가 쑤욱 꼬라 박았다가 손맛 하나는 아주그냥 일품입니다. 3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재미도 있고 팔도 뻐근해 옵니다. 낚시가 아니고 조업하는 분위기 납니다. 1시간만 하면 중간사이즈 쿨러는 금방입니다.

 

아무튼 낚시 갔다가 꽝칠 조짐이 슬슬 보이면 그때부터 킵(Keep)하기 시작합니다. 킵하다가 큰 돔이 잡히면 다 풀어주곤 하는데, 물론 그냥 킵 해서 올때가 많습니다. 어쩌겠어요. 빈손은 손해본다는 맘에 선비라도 건져가야죠.

 

놔라 인간아.

대충 3짜 넘는것 중에서 쌩쌩한 녀석들만 아이들 보여줄려고 바칸에 넣어오고, 잡는 과정에서 출혈이 있거나 입이 찢어진 애들은 그자리에서 피빼고 손질해서 가져옵니다. 개중 몇몇 녀석들은 근처에 서성거리는 갈매기나 냥이, 까마귀의 몫입니다. 까마귀는 주기 싫은데 배고픈 까마귀들은 김밥이나 과자봉지를 물고가는 녀석들도 있어서 생선 한마리로 퉁치는게 싸게 먹히거든요.

 

윤기가 쫘르르르~

원체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한번 칼질 할때마다 수건에 닦아줘야 칼이 잘 듭니다. 회 칠 때는 키친타올 좀 많이 써서 눈치 보여서 이제 스카티로 바꿔야겠어요. 스카티가 비싸서 아껴썼는데 와이프는 스카티 별로 안좋아하더라구요.

 

두어마리 회떠서 접시에 올리기가 무섭게 두 아들들 입속으로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큰녀석만 회를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둘째도 회를 먹기 시작합니다. 한두점 먹는 수준이 아니라 흡입하는 수준이라 사진 찍을 틈이 없네요.

뭐 너네먹일려고 가져온건데 어떠랴. 나머지는 장만해서 냉장고에 넣습니다.

 

숙성된 고등어.

 

숙성되면서 촉촉함 대신 쫀득함이 생긴다

장만한거 넣어놓고 숙성시킬 동안에 얼른 다듬고 남은 생선부산물 정리합니다. 생선만 잡아오면 끝이 아니죠. 다음 출조 승인을 받기 위해선 비린내 안나게 얼른 생선 부산물과 겸사겸사 음식물쓰레기 정리하고 비린내 나는 물건은 죄다 씻고 버립니다. 마치 낚시를 다녀오지 않은듯이...(이게 더 힘들어요)

 

고등어가 숙성되면 촉촉함은 덜해지지만 쫀득함이 배가 됩니다. 보통 횟집에서는 이거 못먹죠. 이게 최곱니다. 활고등어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대충떠서 먹어도 싱싱하니까 다 맛있다

 

고등어 회가 사먹으면 가격이 좀 비쌉니다. 고등어가 성질 급해서 빨리 죽어서 그렇다는데...

잘 모르겠네요. 옛날 말 같기도 하고. 양식도 잘 되고, 고등어 회 파는 곳 가면 하루종일 수조에서 잘만 돌고 있거든요.

 

늘상 거제에서 낚시 철수하면 다같이 밥한끼 먹고 부산 도착하면 최소 세시간 넘어가는데, 기포기 빵빵하게 틀어서 바칸에 비좁지 않을 정도로 넣어오면 죽지않고 잘 살아있습니다. 주위에 친한 갯바위 낚시꾼 있으면 좀 잡아달라고 부탁한번 해보세요.  횟거리로 먹을 수 있으면 좋고 장만해와서 구워먹어도 좋습니다. 활고등어 촉촉할때 구워먹으면 진짜 기가 막히죠.

 

물론 다음번엔 고등어대신 돔을 좀 넣어와야지.

 

 

=================================

갤럭시 S21으로 촬영/ 블로깅했습니다.

'여기저기(Leisure) > 낚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능포 양지암 출조  (3) 2023.01.05
가덕도 갯바위 지도  (0) 2022.11.21